가짜 나? 나는 거짓말쟁이였다

가짜로라도 좋으니 잘 보이고 싶었나봐요.


사람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혼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신나게 썰을 풀었으니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남는 게 없는 공허함이랄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가 되는 그 순간에, 묘하게 허전한 느낌이 남았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그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나는 가끔 나를 거짓으로 포장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조금 아는 걸 많이 아는 것처럼, 잠깐 경험한 걸 오래 해온 것처럼, 말에 살을 붙이고 가짜 나를 만들어서 내보냈던 것 같아요.

왜 그랬을까요.

인정받고 싶고, 대화 속에서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나봐요.

사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몰라요. 아마 아무 생각도 없었을 거예요. 그냥 내가 혼자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나도 모르게 포장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가짜 나를 내세우는 거예요. 진짜 나 대신.

그 순간만큼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상대가 반응하고, 대화가 내 쪽으로 흘러오고, 뭔가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그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아요.


20대 후반인가 30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이모댁이 미국에 있어서 어학연수 겸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3개월 만에 향수병이 생겨서 일찌감치 돌아왔어요. 시작도 제대로 못 한 거죠. ㅋㅋ

근데 그게 오히려 허세의 재료가 됐나봐요.

사람들이랑 미국 얘기가 나오면 슬쩍 꺼내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이런데 미국은 이렇더라, 내가 미국 있을 때 말이야, 로 시작해서 들은 얘기는 내 경험인 양, 살짝 가본 곳은 잘 아는 곳인 양.

남들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월하고 싶었나봐요, 그냥.

근데 진짜 에피소드도 있긴 했어요.

향수병이 너무 심해서 한국 비디오를 전부 빌려다 놓고 밤마다 술을 마셨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술에 취해서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해버린 거예요.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모가 예약 확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알았어요. ㅋㅋ

이건 사실이에요. 근데 이걸 곁들여서 썰을 풀면 마치 내가 미국에서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았던 거죠.

진짜 경험 하나에 가짜를 덧칠하는 거예요.

그 순간엔 나쁘다 좋다 판단 같은 거 없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근데 자리가 끝나고 혼자 남는 순간, 또 그 공허함이 찾아오는 거예요.

괜히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했다 싶은 느낌이요.


지금의 나는 진짜 나?

쉰이 넘어서야 조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말하기 전에 한 번, 두 번 더 생각하려고 해요.

대화를 주도하려 하기보다 먼저 들으려고 해요.

말이 앞서가려 하면 잠깐 멈추려고 노력해요.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서요.

신기한 건,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사람들과 관계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내가 떠들 때보다 들어줄 때 사람들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더라고요.

경청, 그리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게 사람과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길이었나봐요.

이걸 오십이 넘어서야 알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문득 옛날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아, 나 옛날에 그랬지.

그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요.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요.

진짜 나는 아직 알아가는 중이에요. 근데 가짜 나는 이제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있어 보이고 싶어서, 가짜 나를 내세웠던 적.

나만 그랬던 건 아니겠죠? ㅋㅋ


다음엔 남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이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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