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부터인가 내 생각에 내가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나 참 나쁜 놈이었구나 싶을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이상한 거였구나 싶을 때도 있어요.
오십이 넘어서야 드는 이 생각들이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이제야 뭔가 보이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반갑기도 해요.
살면서 꽤 많은 일이 있었어요.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고, 바닥을 찍은 시절도 있었어요.
장사를 시작했다가 망하고, 한동안 술에 절어서 살았던 시절도 있었고, 나락까지 가봤고, 개인파산도 겪었어요.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지금은 고1 딸, 중1 아들 키우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어요.
내 집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함께 있어서 그걸로 충분해요, 지금은.

예전의 나는요.
내가 좀 있어보이는 사람이고 싶었나봐요.
남들보다 좀 낫고, 좀 더 아는 것도 많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어쩌다 경험한 걸 마치 엄청난 경험처럼, 살짝 아는 걸 많이 아는 것처럼, 수박 겉핥기로 쌓은 것들을 전부인 양 들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대화나 상황을 주도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없는 말을 하거나, 대화에 끼고 싶어서 과장하거나, 아는 척하다가 틀리면 며칠씩 혼자 생각하고, 남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여서 피곤하게 살았는데.
그리고 내로남불도 있었어요.
남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혀를 차고 비난하면서, 정작 나는 그 정도쯤은 괜찮다 싶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이 행동했던 적이 많아요.
그게 창피하다고 느낀 건 아이가 “아빠, 그거 안 되는 거잖아” 혹은 “그러면 안 되는데” 하고 얘기할 때였어요.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아이한테 들킨 거예요.
웃긴 건, 그게 나인 줄 몰랐어요.

지금의 나는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남들보다 일찍 끝나는 생활을 하면서 퇴근하고 나면 아이들 챙기고, 틈틈이 운동하고, 쉬는 날은 일주일에 딱 하루지만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예전엔 술에 많이 의존했는데 힘든 시절엔 더 그랬어요.
근데 지금은 이른 출근에 몸이 버티질 못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술이 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걸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어요.
술이 빠지고 나니까 정신이 맑아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밤에, 출퇴근 길에, 샤워하다가 나를 들여다보게 됐어요.
들여다보니까 좀 놀랐어요.
아, 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냥 써보려고요.
나만 이런 게 아닐 것 같아서, 그리고 이걸 글로 쓰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잘 쓴 글이 아닐 수도 있고, 두서없을 수도 있지만 진짜 내 이야기예요.
50 넘어서 나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의 솔직한 흑역사. 한번 읽어줘요. ㅋㅋ
